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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기만? 생존 전략? 방어기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by 수잔0620 2025. 6. 23.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거나 감정을 왜곡합니다. 이러한 심리적 작용을 심리학에서는 방어기제라고 부릅니다. 방어기제는 마음의 충격을 완화시키고 자아를 보호하는 일종의 심리적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 방어기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단순한 자기기만일까요, 아니면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전략일까요?

 

이 글에서는 방어기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을 소개하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자기기만? 생존 전략? 방어기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시선 1. 현실 왜곡이라는 이름의 자기기만

방어기제를 자기기만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그것을 현실을 왜곡하고 문제를 회피하는 미성숙한 대응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이는 특히 성인기에 반복되는 방어기제의 사용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냉담한 행동에 대해 자신이 상처받았음을 인정하기보다는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며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분명 현실 감정을 왜곡한 자기기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선에서는 방어기제를 감정 조절에 실패한 상태로 보며, 자기 인식이 낮거나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사람일수록 방어기제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고 해석합니다. 특히 합리화, 투사, 고착과 같은 방어기제는 반복될수록 자기 성찰을 방해하고 타인과의 소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실제로 많은 상담 장면에서도 내담자는 초기에는 자신의 방어기제를 자각하지 못하다가 상담을 통해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점차 심리적 회복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 시선은 방어기제를 줄이고 현실을 직면하는 용기가 개인의 성장과 성숙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자주 사용하는 방어기제를 점검하고 그 배경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시선 2. 자아 보호의 본능, 생존을 위한 전략

반면에 방어기제를 생존의 도구로 이해하는 시선에서는 그것을 인간이 위협적인 현실이나 감정을 견디기 위해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기제로 봅니다.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방어기제를 인간 발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적응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며, 무조건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부모의 싸움을 목격했을 때 '그건 그냥 장난일 거야'라고 해석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부정의 작용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어기제 덕분에 아이는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유지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보호 작용입니다.

 

특히 트라우마 상황이나 상실, 이별, 실패 등 감정적 충격이 큰 순간에는 방어기제가 없다면 자아가 붕괴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일시적인 회피는 심리 회복을 위한 필수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방어기제를 비이성적 반응이 아니라, 정서적 회복을 위한 임시적 장치로 이해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리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건 자각입니다

방어기제를 자기기만으로 보든, 생존 전략으로 보든, 중요한 핵심은 자신이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능력입니다. 방어기제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각하지 않으면 감정의 원인을 외부로만 돌리거나 같은 갈등을 반복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이 잘못되었을 때 '부장이 괜히 날 찍은 거야'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안에 투사나 합리화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혹시 내가 어떤 감정을 피하려고 이렇게 반응했을까?'라고 자문해보는 것만으로도 방어기제를 자각하는 연습이 시작됩니다.

 

자각은 곧 통제력을 되찾는 일입니다. 감정과 사고가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반응할 수 있다는 인식을 회복하는 순간, 비로소 자기이해와 감정조절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감정을 언제나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일기를 쓰거나, 불편한 감정을 마주쳤을 때 잠시 멈춰서 관찰하는 습관, 또는 심리 상담을 통한 외부 시선의 도움 등이 매우 유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어기제를 억누르거나 부정하려 하기보다는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삶 속에서 유연하게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방어기제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방어기제는 마음의 회피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보호막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무조건 억누르거나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든,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세요. 혹시 그 안에 방어기제가 숨어 있다면 그것은 지금 당신의 마음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를 적으로 보지 말고 내 마음의 언어로 이해해 보시기 바랍니다. 때로는 그 작은 심리적 장치가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디딤돌이 될지도 모르니까요.